그리고 어느 화요일의
총알을 모아 뒀어야 했다. 나 때문에 성도견이 물렸다. 이제 어떡하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한테 자기를 죽이라고 했다. 내가 울면 쟤는 못 버틸 것 같다. 바로 죽일 수 없었다. 쏴야 한다는 건 안다. 그래도 안다는 것과 별개다. 어떻게 이 손으로 도견이를 죽일까. 혼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잘못했다.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목 밑까지 끓었다. 만지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강한 척을 안 하는 성도견은 보기만 해도 울고 싶었다. 좀비 소리가 들린다.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 미안해 성도견.
일기 그래서 헛숨을 자주 삼켰던 오후,
......
자?
성도견
자냐고 도견아
아파? 어디가
미안해
이리 와 안자
도견아
......성도견
자라
......
사랑해
네가 나를 어지르고 간 밤에 내가 묵직해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네 숨이 무질서한 날 내 마음이 술렁였던 이유도 같은 곳에 있었지. 그래서 성도견 한사코 이기적인 네가 죄인의 얼굴을 했을 때 나는 그만 날이 덥다고 생각했다. 숨이 하얗게 다 샜다. 몸에 열이 오르는데 염치없게 냉정한 머리를 보니 또 그건 충동은 아니었다. 아주 오랫동안 눅눅해진 욕심. 방인재가 성도견을 머물게 했다. 방인재가 성도견을 살게 했다.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를 살렸다.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에게 대접했다. 살아지고, 사라지고, 사랑하고. 살아지기 위해 사랑했다. 도견을 보자 내 죄스러운 두 눈이 말했다. 귀띔하듯 그렇게, 나를 좀 사랑해달라고. 잘 꼬드겼다 있는 것도 없는 주제에. 사랑과 살아짐과 사라짐에 아무 경험 없는 마음이 새파랗게 떨었다. 없으면 못 살겠구나 머리로만 허세를 부렸다. 그런데 네가 없는 나라면 정말 살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버리는 것. 이게 시간과 정과 내가 뱉어낸 마음들의 마지막. 좆도 없는 청춘을 죄다 바쳤다. 우울을 토하거나 인과를 묻혀낸 두 손을 어설프게 더듬던 네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현기증이 뱃속까지 돌았다. 내 까닭이 네가 되고 삼백육십오일의 명목이 단 하나의 사람에게 매겨질 때가 내 종착이었다. 과연 언젠가 나 없는 너라면 분명 사람이 없는 데의 허전함에 부대껴 열을 내겠지. 너 결코 내가 없다고 죽자살자 할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나는 너에게 무능해지고 말았다는 이유로 꼼짝없이 눈이 멀었으니까. 너밖에 없었으니까......너와 나의 획이 이렇게 닮았는데 도견은 자주 말라붙은 뺨을 부벼왔다. 뒷머리를 단단하고 커다란 손으로 감싸안던 인재와 아주 다른 약함. 서로의 손에 돋은 뼈마디부터 거칠게 끌어안기를 습관처럼 들인 두 팔의 세기가 달랐다. 너와 내가 다른 낮 우리가 타인이 되는 밤 한 사람의 유한은 누구 하나를 꼭 남기게 되는 밤. 우리가 전혀 같지 않았다. 한 연인은 떠나가는 새벽. 너의 힘이 없는 팔꿈치가 발개진 걸 보고 다음으로 기침을 삼키다 붉어진 눈가를 훔쳐보고 이제 바람에 까지고 부르튼 손끝 유독 빨간 네 복사뼈. 내 불온한 청춘 내 연인 내가 어렵게 말한 사람 쉽게 그보다 단숨에 마음먹은 사랑.
성도견 너 심장 빨리 뛴다 곧 죽을 사람처럼 (.......) 거짓말이지 네가 죽기는 왜 죽어 그럼 내가 어떡해 혼자일 수 없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사실 난데 네가 죽으면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데 해가 지는 곳으로? 잘난 서쪽이 어디인지 헤메다 네 묫자리에 방랑할 나야 우리의 끝물에서 감히 떠돌 나야 그 거짓말에 동참할게 그러니까 죽는다는 말 나도 같이 뒤집어쓸게 너에 대한 죽음을 들으면 자꾸만,
울기 전에 죽어버리고만 싶다 나는 차라리 죽어야겠다 네 뒤를 밟아서라도 살아지기보단 사라져야겠다 내가 발음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너라는 말에라면 오직 성도견 세 자뿐이었다고 결국 내 최초이고 청춘이었던 너에게로
갈게 파리한 허리를 안아줄게 거기, 네가 울고 있을 곳에서